바람을 업다
흩어졌다 모여드는
바람 탓에 무릎관절은 늘 삐걱거렸다
치맛자락에 걸려 넘어진 바람을 업은
어머니, 대청동 꼭대기 판잣집에서 메리놀 병원까지
수백 개의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렸다
방울방울 구르는 땀방울 장단에,
바람은 잠이 들기도 콧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허리까지 깁스를 하고 뻣뻣하게 서서
밥을 먹고 똥오줌을 쌌다
그 어디쯤에서,
'어미 호강 언제 시켜 줄래'라는
눈빛마저 토해버린 바람,
경인년 새해 아침
여든의 어머니를 업었다
잠들지 않은 바람 등에서
덩실덩실 재롱부리시는 한 줌,
(2010 시문학 12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