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누워 흐르는 강/백우선

김욱진 2011. 1. 18. 07:09

                                     누워 흐르는 강

  백우선

 

 

강을 누워서 흐러게 하라

강을 일으켜 세우지 말라

일으켜 세워진 강은

뛰어내리기도 전에 발이 썩고

다리가 썩고 온몸이 썩고

썩은 젖에 아이들이 썩는다

강을 누워서 흐러게 하라

누워서 반짝반짝 노래하며 흘러

물살이 물살을 껴안고 사랑하며 흘러

아이들을 낳고 낳아 기르며

우리의 젖줄로 흐르게 하라

강은 누워서 굽이굽이 흐르고

우리는 방방곡곡 푸르게 솟구치고

 

 

 

                                                 (현대시학 2011, 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