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수그레한 공무원의 시원한 말
공광규
충북 음성군과 음성로타리클럽이
지역특산물인 음성 청결고추를 홍보하는 얼굴을
아가씨에서 아줌마로 7년 만에 바꾸었다고 한다
미모지상주의라는 일부 비판론을 잠재우고
농사를 손수 짓는 아줌마가
고추 알리기에 낫다는 판단을 한 거란다
고추아가씨 선발대회에는
실제 농사를 짓지 않는 마을 처녀와 학생들이 지원했는데
대부분 고추에 대한 생각이 짧아
홍보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한다
그러면 그렇지
고추와 살 비비며 살아보지도 않은
아가씨나 학생이 어떻게 고추를 알 것인가
거기다가 고추가 청결한지 아닌지 어떻게 구분하겠는가
고추아줌마 선발대회를 주최하게 된
늙수그레한 공무원 아저씨의 말 한마디가
고춧가루를 듬뿍 넣고 끓인 무국처럼 시원하다
― 어이, 아가씨는 빠져. 니들이 고추를 알어?
- 『문학사상』2009년 10월호
- 『문학평론가가 뽑은 이 계절의 좋은 시』(2010.청어)재수록
* 공광규 : 1960년 충남 청양 출생. 1986년 <동서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마른 잎 다시 살아나』『지독한 불륜』『소주병』등이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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