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사계

섣달그믐밤

김욱진 2010. 5. 21. 21:08

                섣달그믐밤

 

 

 

 

일제시대 처녀 공출 바람에

열여섯 어린 나이로

안동김씨 종갓집에 시집와

서른이 다 되도록

씨받이 아들놈 하나 못 낳은

울 어매

 

시조모 제삿날

밥 한술 지어 올리려고

시렁 위에 얹어둔

쌀 한 됫박 몰래 퍼 들고

용하다는 점쟁이 찾아가

댓잎 휘두르는 친정할미

혼 앞에서 애걸복걸하다

 

문살에 기댄

고양이 울음소리

아가처럼 업고

집으로 되돌아오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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