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사계

수수밭에서

김욱진 2010. 5. 21. 21:13

수수밭에서

 

 

 

만물이 제자리로 돌아가는

늦가을 해거름 들녘

 

수숫대 무릎 사이로

S라인 몸매를 뽐내며

기어드는 능구렁이 한 마리

 

구불구불 밭고랑 넘다

허기진 듯

오롯 남은 새 발자국 들여다보며

못내 혀끝을 날름거린다

 

수수 몇 알 입에 물고

수수대궁 끄트머리

떼지어 앉아 있는 참새 한 무더기

발가락이 저려오는 듯

날갯죽지 바르르 떤다

 

밭둑 가

우두커니 서 있는

허수아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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