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
아직도
내 전생의 주소와
이름과 얼굴마저
기억하고 있을 것만 같은
우체통에 도둑 들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는가?
모래알처럼 파삭파삭해진
세상인심 속에서도
언제나 문 활짝
열어 두고 사는 집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비좁은 방에서
처음 만난 인연들
겹겹이 포개고 누워
하룻밤 묵어가는 곳
그 집 주인은 누구일까?
온 세상 비밀
다 품어 안고도
구설수 한번 오른 적 없는
길섶의 성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