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슬산 사계

우체통

김욱진 2010. 5. 21. 21:17

                    우체통

 

 

 

 

아직도

내 전생의 주소와

이름과 얼굴마저

기억하고 있을 것만 같은

우체통에 도둑 들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는가?

 

모래알처럼 파삭파삭해진

세상인심 속에서도

언제나 문 활짝

열어 두고 사는 집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비좁은 방에서

처음 만난 인연들

겹겹이 포개고 누워

하룻밤 묵어가는 곳

 

그 집 주인은 누구일까?

 

온 세상 비밀

다 품어 안고도

구설수 한번 오른 적 없는

길섶의 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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