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향수
논밭 갈고 쓰레질하던 시절이 좋았지
주인어른 말씀 등에 지고 5일장 따라가
좌판에서 과부 손목 붙잡고 노닥여도
끔뻑끔뻑 눈감아주었지
낳지도 않은 송아지 잡히고
외상술 들이켜는 맛이
여물죽처럼 구수해보였지
흘러내린 과부젖가슴 훔쳐보며
질금질금 침 흘려도
집에 가서 일러바치지 말라는
하늘같은 약속 되새김질했지
언제부턴가
썩은 볏짚조차 궁한 시멘트 바닥에서
집단 옥살이가 시작되었지
물 건너온 생식사료로
살만 피둥피둥 찌우더군
죽음보다 깊어지는 눈망울을
읽을 줄 모르더군
우울증에다 구제역까지
한 세상 놀고먹는 팔자
어디 쉬운 일인가
그게 다 놈들의 수작이었어
(문예감성 2011 봄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