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불면증/예현연

김욱진 2011. 6. 21. 15:24

        불면증

             예현연

 

 

 

나는 난폭한 어둠을 알아

 

ㅡ 어둠이 때때로 나를 밟고 가나보다

    불을 켜 보면 나도 모르게 멍이 들어 있다

 

흩어진 거울

조각조각마다 나를 노려보는

어둠의 충혈된 눈동자

 

나는 인간의 목소리가 싫어

어둠은 온종일 내 머릿속에서 노래를 불러대지

이를 악물고 귀를 막아도 새어나오는 노래

잊혀진 노래의 리듬에 맞추어

저 멀리서 녹슨 철문이 끼익끼익 열렸다 닫혔다 하네

 

잠들지 못한 밤의 도시엔선

끊임없이 하수구로 물이 콸콸 흘러가고

슬리퍼를 질질 끌며 지나가는 행인과

바람에 펄럭이다 찌익 찢어지는 현수막

 

ㅡ 지금 인간의 형태로 덩어리진 어둠이 나의 침대에 웅크리고 있다

 

나는 번뜩이는 이빨 드러낸 어둠을 보고 있어

온몸의 털을 하나하나 곤두세우고

낮게 으르렁거리며 미소 짓는,

저 어둠의 이름

 

 

 

                                —《다층》201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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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현연 / 1978년 경남 진주 출생. 고려대 국문과 및 같은 과 대학원 졸업. 2004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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