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중물
송재학
실가지에 살짝 얹힌 직박구리 무게를
으능나무 모든 잎들이 하늘거리며 떠받들듯이
펌프질 전에 펌프에 붓는 마중물로
내이內耳의 비알에 박음질하듯 우레가 새겨졌다
마중물은 보통 한 바가지 정도
그건 지하수의 기갈이었지만
물의 힘줄로 연결되었으니
물에게도 간절한 육체가 있다
물의 몸이 가져야 할 냉기가 우선 올라오고 있다
정수리에 물 한 바가지 붓고 나면 물의 주기가 생긴다
마중물 아니라도 지하수 숨결은 두근거려서
마중물 받아먹으려는 물의 짐승들이 붐빈다
물의 손을 잡아주니 알몸의 물이 솟구친다
물의 등 뒤에 부랴부랴 숨는 알몸이다
물이 물을 끌고 오는 활차와
물이 물을 생각하는 금관악기가 저기 있다
—《미네르바》2011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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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재학 / 1955년 경북 영천 출생. 1986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얼음시집』『살레시오네 집』『푸른빛과 싸우다』『그가 내 얼굴을 만지네』『기억들』『진흙 얼굴』『내간체를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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