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은뱅이저울
함민복
물고기 잡는 집에서 버려진 저울 하나를 얻어왔다
저울도 자신의 무게를 달아보고 싶지 않았을까
양 옆구리 삭은 저울을 조심 뒤집는다
삼 점 칠 킬로그램
무한천공 우주의 무게는
0이더니
거뜬히 저울판에 지구를 담은
네 무게가 지구의 무게냐
뱃장 크다
지구에 대한 이해 담백하다
몸집 커 토막 낸 물고기 달 때보다
한 마을 바지락들 단체로 달 때 더 서러웠더냐
목숨의 증발 비린내의 처소
검사필증, 정밀계기 딱지 붙은 기계밀정아
생명을 파는 자와 사는 자
시선의 무게에서도 비린내가 계량되더냐
어머, 저 물고기는 물 속에서 부레 속에
공기를 품고 그 공기로 제 무게를 달더니
이제 공기 속에 제 몸을 담고 공기 무게를 달아보네
봐요, 물이 좀 갔잖아요
푸덕거림 버둥댐 오역하던 이도 지금은 없고
옅은 비린내만 녹슨 페인트 껍질처럼 부러진다
저울은 반성인가
늘 눌릴 준비가 된,
바다 것들 반성의 시간 먹고 살아 온
간기에 녹슨 앉은뱅이저울은
바다의 욕망을 저울질해주는
배 한 척과 같은 것이냐
닻 같은
바늘을 놓아버릴 때까지 저울은 저울이다
—제6회 윤동주상 문학부문 대상 수상작
《시작》2010년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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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민복 / 1962년 충북 중원 출생. 서울예술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1988년 《세계의 문학》으로 등단. 시집 『우울씨의 일일』『자본주의의 약속』『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말랑말랑한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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