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널

표사

김욱진 2013. 10. 17. 20:15

                                                 표사

  

  

전체적으로 보아 시집《행복 채널》의 주제는 <빈집>에서 볼 수 있듯이 불교의 윤회사상, 즉 ‘부처님 말씀’을 기초로 해서 더러움으로 오염된 인간과 자연 세계를 우포늪과 같이 생명이 살아 숨 쉬는 행복한 원시적인 상태로 복원하는 문제에 관한 것이다. 부처의 시각에서 우주를 조감하고 있는 시인 김욱진은 윤회의 관점을 중시하며 숭엄한 자연의 질서를 파괴하는 현대인들의 어리석음을 고승(高僧)만이 사용하는 독특한 희화적인 언어로 갈파하고 있다. 그는 인간에 대한 자비로움과 도덕성이 상실된 냉혹한 사회 현실을 무서우리만큼 날카로운 통찰력으로 리얼하게 그리고 있다. 불교의 세계에 침잠해서 발견한 생명에 관한 도덕적 진리를 시적인 아름다움으로 표현하는데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다. 그런 그가 놀라운 통찰력으로 발견한 탁월한 은유적 이미지를 통해 적지 않은 지적인 울림을 주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하다.

-이태동 (문학평론가 서강대명예교수)

 

혹자(N․프라이)의 말처럼, 겨울의 뮈토스mythos가 ‘아이러니’와 ‘풍자’에 해당된다면, 김욱진의『행복 채널』은『노래의 책』이 아니라「겨울의 책」에 속한다. 종교와 사회, 자연과 자아, 그 어떤 주제의 시편도 예의 시선(視線)과 기법에서 크게 벗어나 있지 않다. 생의 도약 내지는 새로운 스타일이랄까, 그것은 자신의 병마와 싸우고 시마(詩魔)에 사로잡힌 결과이리라. ‘누에=보살’(「누에보살」), ‘은행나무=부처(杏佛)’라는 비유의 성립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한편으로, 그는〈집〉과〈바람〉의 시인이다. 집이 곧 몸이며, 몸을 가진 인간은 고통을 피할 수 없는 법. 바람 속에는 그의 관절 닳은 소리와 향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골호(骨壺)에 가득 차 있다. 딴은, 그의 비판적 칼날과 모서리에는 생에 대한 긍정과 해학, 나아가 행복의 원(願/圓)이 스며있다. 아! “모잠비크에서 온 아악무”(「선인장」), 그것이 알고 싶다.

-김상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