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채널

바람을 등에 업다

김욱진 2013. 10. 17. 21:24

 

 

    바람을 등에 업다

 

 

 

흩어졌다 모여드는

바람 탓에 무릎관절은 늘 삐걱거렸다

치맛자락에 걸려 넘어진 바람을 업은

어머니, 대청동 꼭대기 판잣집에서 메리놀 병원까지

수 백 개의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렸다

방울방울 구르는 땀방울 장단에,

바람은 잠이 들기도 콧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허리까지 깁스를 하고 뻣뻣하게 서서

밥을 먹고 똥오줌을 쌌다

그 어디쯤에서,

'어미 호강 언제 시켜 줄래'라는

눈빛마저 토해버린 바람,

경인년 새해 아침

여든 넘으신 어머니를 업었다

바람 쓰담을 수 없는 내 등에서

덩실덩실 재롱부리시는 한 줌

금방 날아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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