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등에 업다
흩어졌다 모여드는
바람 탓에 무릎관절은 늘 삐걱거렸다
치맛자락에 걸려 넘어진 바람을 업은
어머니, 대청동 꼭대기 판잣집에서 메리놀 병원까지
수 백 개의 계단을 수없이 오르내렸다
방울방울 구르는 땀방울 장단에,
바람은 잠이 들기도 콧노래를 부르기도 했다
허리까지 깁스를 하고 뻣뻣하게 서서
밥을 먹고 똥오줌을 쌌다
그 어디쯤에서,
'어미 호강 언제 시켜 줄래'라는
눈빛마저 토해버린 바람,
경인년 새해 아침
여든 넘으신 어머니를 업었다
바람 쓰담을 수 없는 내 등에서
덩실덩실 재롱부리시는 한 줌
금방 날아갈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