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
콩팥 주머니 일부 도려낸 지 2주째
화장실 거울 앞에서
호치키스로 쿡쿡 찍어둔 수술 자국을 바라본다
10년은 묵은 듯한 지네 한 마리
옆구리 척 달라붙어 있다
그 언저리엔
또 다른 물집 포도송이처럼 번져
온몸을 향해 연발탄을 쏘아댄다
의혹 속의 혹 하나 떼냈을 뿐인데,
땅은 푹푹 꺼지고
얼굴은 새카맣게 타든다
간이 간이 쉬어가자는 신호다
이런 속사정도 모르고
여태 괜찮은 척하며 날 세웠으니
아무래도 올 가을걷이는
제 때 하기 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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