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
이사 가는 날 아침
냉장고도 발 동동 구르며 따라나선다
그 나이 되도록 감기몸살 한번 않더니
긴장 탓인지 머리가 불덩어리다
결국 당뇨합병증이 와서 대수술 받았다
운동 부족에다 구석진 공간에서
배 꾹꾹 눌러가며
곰국이면 곰국 짜고 맵고
상한 음식도 가리지 않아 그렇단다
후유증 남아 발목엔 깁스하고
밤중엔 끙끙 앓는 소리 요란하다
뙤약볕도 잊은 채 여물기만 하시던 어머니
꽁꽁 언 도랑에서 빨래 헹구시던 어머니
재채기만 하여도 오줌이 흘러 당혹하시단다
최근 혈압까지 부쩍 높아지셨는데
냉장고에 붙여놓은 식단대로
밥상 한 번 차려드리지 못했다
절룩이는 냉장고를 옮겨 놓으며
구석 한 켠 서 계시는 어머니를
문득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