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팔꽃/송수권 나팔꽃 송수권 바지랑대 끝 더는 꼬일 것이 없어서 끝이다 끝 하고 다음날 아침에 나가 보면 나팔꽃 줄기는 허공에 두 뼘은 더 자라서 꼬여 있는 것이다. 움직이는 것은 아침 구름 두어 점, 이슬 몇 방울 더 움직이는 바지랑대는 없을 것이었다. 그런데도 다음날 아침에 나가보면 덩굴손까지 흘러나와 .. ♧...참한詩 2010.10.01
가을 저녁의 말/장석남 가을 저녁의 말/장석남 나뭇잎은 물든다 나뭇잎은 왜 떨어질까? 군불 때며 돌아보니 제 집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꾸물대는 닭들 윽박질린 달이여 달이 떠서 어느 집을 쳐부수는 것을 보았다 주소를 적어 접시에 담아 선반에 올려놓고 불을 때고 등을 지지고 배를 지지고 걸게 혼잣말하며 어둠을.. ♧...참한詩 2010.09.28
평생/송재학 平生 송재학 월하리 은행나무가 이렇게 늙어도 매년 열매를 열 수 있었던 까닭을 노인은 개울이 그 은행나무 근처 흘렀던 탓이라고 전해주었다 개울의 수면을 통해 자신의 그림자와 맺어졌다는 이 고목의 동성애와 다름없는 한 평생이 은행의 다육성 악취와 함께 울컥 내 인후부에 머문 어느 하루! 누.. ♧...참한詩 2010.09.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