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12월 꼬마 아이 하나 없는 아파트 놀이터에 바람 혼자 그네를 탄다 두 발 가지런히 모으고 무릎 오므렸다 폈을 것이다 나뭇잎처럼 어수선해진 나의 세포 조각들이 창 너머로 우수수 떨어져 내리는 것을 보면 (시문학 2007년 4월호) ♧...발표작 2010.05.23
어른이 되고 싶었지 어른이 되고 싶었지 소꼴 베러 뒷골 가 도랑가재 잡아 구워먹고 허수아비 속 태우며 콩서리하다 그만 밭주인에게 붙잡혀 혼이 나던 어린 녀석 옥수수 대궁처럼 성큼 자라 누군가에게 베풀며 사는 어른이 되고 싶었지 수염만 길게 기르면 될 거라 생각하고 몇 날 며칠 할머니 머리맡에 빠진 흰 머리칼 .. ♧...발표작 2010.05.23
우체통 우체통 아직도 내 전생의 주소와 이름과 얼굴마저 기억하고 있을 것만 같은 우체통에 도둑 들었다는 얘기 들어본 적 있는가? 모래알처럼 파삭파삭해진 세상인심 속에서도 언제나 문 활짝 열어 두고 사는 집 한 평도 채 되지 않는 비좁은 방에서 처음 만난 인연들 겹겹이 포개고 누워 하룻밤 묵어가는 .. ♧...발표작 2010.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