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나들이 봄나들이 밤새 누가 울고 갔나 그 여음餘音 따라가 닿은 앞산공원, 실안개 걷힌 길섶 한 모퉁이서 개나리처녀와 벚나무노총각이 혼례식을 올린다 봄의 주례로 나리 양과 벚 군이 향긋한 바람 몇 모금 마시며 입맞춤 하자 꽃 보라 휘날리는 허공으로 새들의 축하 노래 울려 퍼지고 어느 새 하객들과 일.. ♧...발표작 2010.05.23
인생 스케치 인생 스케치 마흔이 넘어서야 비로소 나는 알았네 내 몸이라 여겼던 병아리 같은 자식도 질경이, 꽃다지, 쑥부쟁이들 마냥 언젠가는 길섶에서 먼지 덮어쓰고 저 홀로, 묵묵히 살아가야 함을 해질 무렵 피어오르는 분꽃들의 손짓에도 눈 부릅뜨고 퍼부어 댈 마누라의 홀대에도 그냥 그런 .. ♧...발표작 2010.05.23
궁노루 이야기 궁노루 이야기 -아버지 떠나신 날 1 일천구백칠십삼년 섣달 초하루, 제 키보다 두어 뼘 정도 작은 지게 어른스레 걸머지고 재 너머 *고지박이 하러간 열다섯 살의 소년. 맞은 편 산등성이서 등걸 줍던 장정들의 고함소리에 길 잃은 궁노루 새끼 한 마리, 겁먹고 달아나다 그만 낯선 올가미에 뒷다리 홀.. ♧...발표작 2010.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