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날의 잔상2 가난한 날의 잔상2 어릴 적 나는 재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박 넝쿨처럼 몰래 담벼락 타고 지붕으로 살살 기어 올라가 폭 삭은 지푸라기 만지작거리며 어렴풋 아버지의 목소리를 흉내내었지 봉당 한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햇나락 쭉정이 키질하시던 할머니 풀죽은 목소리로 “애비야, 올 추석엔 박 속.. ♧...발표작 2010.05.23
현해탄을 건너다 현해탄을 건너다 -선상에서- 물결처럼 잔잔히 흐르는 경음악 틈새로 울려 퍼지는 뱃고동소리 바닷길이 열리고 항구의 불빛 점점 뒷걸음질쳐 오면 나는 가만 눈을 감는다 누군가 허전한 배의 꼬리 물고 자꾸 뒤따라오는 것만 같다 여태 무심히 대했던 조국 하늘의 별들과 옹기종기 모여앉아 정겹게 숨.. ♧...발표작 2010.05.23
가난한 날의 잔상1 가난한 날의 잔상1 퉁퉁 부르튼 종아리에 찰거머리 서너 마리 빚쟁이처럼 달라붙어 떼를 써도 그저 아무 일 없는 양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키시는 당신 삭은 밀짚모자 푹 눌러쓰고 지렁이 굼벵이 더부살이하는 구불구불한 밭뙈기 고랑을 빚쟁이 엎듯 줄줄 갈아엎으시는 당신 순사 눈길보다 더 따가.. ♧...발표작 2010.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