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 인연 몇 해 전 때 아닌 폭설이 내린 어느 봄날 오후 학교 간 아들놈 마중 갔다 돌아오는 길에 경운기 바퀴자국 꽉 물고 떨며 누워 있는 어린 나무 한 그루 만났지 어디론가 실려가다 먼 산을 보았는지, 그만 미끄러져 만신창이가 된 채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리는 눈빛이었어 저 홀로 험한 세상 헤치며 .. ♧...비슬산 사계 2010.05.21
선운사 동백나무 선운사 동백나무 지난겨울 어느 날 새벽 지장성지 도솔암* 법당에서 백 여덟 번 넙죽 절을 하고 무심히 외길 따라 내려오다, 그만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순간, 우연히 눈 마주친 선운사 동백나무 대웅보전 뒤뜰에서 묵언정진 중인 저 나무들도 이곳에 뿌리내리기 전까지는 나처럼 한낱 바람기 많은 .. ♧...비슬산 사계 2010.05.21
가을 죽비 가을 죽비 나뭇가지가 연신 초승달 어깨를 후려친다 삼보일배 하는 낙엽들의 행렬이 장엄하다 탁발 나선 갈바람의 바랑 속으로 바르르 떨고 있는 밤하늘의 별들마저 우수수 떨어져 내렸다 ♧...비슬산 사계 201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