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아리 메아리 해질녘, 누군가 산등성이 기대어 ‘야호’불러놓고 갔다 이름 불려진 한 아이가 이 산등성이서 저 산등성이로 공중곡예하듯 건너간다 연이어 그 아이 빼닮은 쌍둥이 그림자도 바르르 떨며 뒤따라간다 물수제비처럼 번지는 그리움 찾아 온 산 헤매다, 홀로 미아가 되어버린 아이 새벽녘 어디선.. ♧...비슬산 사계 2010.05.21
섣달그믐밤 섣달그믐밤 일제시대 처녀 공출 바람에 열여섯 어린 나이로 안동김씨 종갓집에 시집와 서른이 다 되도록 씨받이 아들놈 하나 못 낳은 울 어매 시조모 제삿날 밥 한술 지어 올리려고 시렁 위에 얹어둔 쌀 한 됫박 몰래 퍼 들고 용하다는 점쟁이 찾아가 댓잎 휘두르는 친정할미 혼 앞에서 애걸복걸하다 .. ♧...비슬산 사계 2010.05.21
고요의 성자 고요의 성자 -벙어리 우주의 소릴 눈으로 듣고 말하는 깊게 잠든 그의 귀와 입은 묵묵부답 우뢰 같은 소리 귓전을 휘갈겨도 잠잠하기만 한 눈빛 하나로 온 세상을 벗하는 고요의 성자 텅 비어버린 그의 입과 귀는 내생을 염念하고 온몸 가득 뿌리내린 그의 눈은 숫제 선정禪定에 들다 ♧...비슬산 사계 201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