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석양
박주택
어디서 불어 오는가, 이것들은
살아 있는 것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이것들은 사람들의 들끓는 입에서 뿜어져 나와
미친듯이 몰려다닌다. 지하 계단에서 혹은 신호들 아래에서
종횡으로 몰아쳐 마침내 나무의 등골을 휘어놓고는
제 힘에 겨워 주저앉는다
사람들은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시커멓게 매연이 더께진
잔설이 뿜는 숨찬 빛에 들끓는 비밀을 만드는데
누가 바람이라고 불렀는가
죽은 자의 넋이 보태져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이것들은
모두 지상의 것이다. 그러니 말 많은 추억이 전세를
노래하더라도 노여워말지니
굶주린 짐승들의 장소인 공터에 떠 있는 구름처럼
누가 바람을 저 하늘빛에 들어올릴것인가
전세에서 현세까지 몰아와
모조리 쓰러뜨리는 저 바람을 꽃으로 옮겨 심으며
누가 착한 호흡을 뿌리에 보탤 것인가
무량하게 그러나 사람들 낱낱의 속에서
탄생한 수억의 바람들은 저희들끼리도
싸우며 석양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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