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저 석양/박주택

김욱진 2013. 12. 29. 13:47

저 석양

박주택

 

 

어디서 불어 오는가, 이것들은

살아 있는 것들의 입에서 뿜어져 나온

이것들은 사람들의 들끓는 입에서 뿜어져 나와

미친듯이 몰려다닌다. 지하 계단에서 혹은 신호들 아래에서

종횡으로 몰아쳐 마침내 나무의 등골을 휘어놓고는

제 힘에 겨워 주저앉는다

사람들은 겨울의 끄트머리에서 시커멓게 매연이 더께진

잔설이 뿜는 숨찬 빛에 들끓는 비밀을 만드는데

누가 바람이라고 불렀는가

죽은 자의 넋이 보태져 이리저리 몰려다니는 이것들은

모두 지상의 것이다. 그러니 말 많은 추억이 전세를

노래하더라도 노여워말지니

굶주린 짐승들의 장소인 공터에 떠 있는 구름처럼

누가 바람을 저 하늘빛에 들어올릴것인가

전세에서 현세까지 몰아와

모조리 쓰러뜨리는 저 바람을 꽃으로 옮겨 심으며

누가 착한 호흡을 뿌리에 보탤 것인가

무량하게 그러나 사람들 낱낱의 속에서

탄생한 수억의 바람들은 저희들끼리도

싸우며 석양에 물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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