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밀입국/박주택

김욱진 2013. 12. 29. 13:49

밀입국

박주택

 

착한 사람들 문고본처럼

저렇게들 조용히 수저를 내려놓는구나

청국장이 종소리를 내며 그릇에 가라앉을 때

세상에 추방된 자들의 집회처럼

착한 사람들 서로의 눈빛에 몸을 섞는구나

 

문득 양철 대문 집에 살던 때가 떠오른 것은

예인하듯 냄새가 망각을 흔들었기 때문일 게다

그리고 밀입국이라는 말

높이 솟은 빌딩들이 이처럼 사람을 멀게 만들었다면

저처럼 자신 안에 은신처를 구한 사람은

주석 많은 책일게다

 

항문에서 뽑혀져 나오던 회충처럼

쓰레기 국물 흐르는 골목을 지나

빌미로 가득 찬 대로에 서면

방금 낚여 올라온 물고기의 눈처럼

어둠은 튀어 나오는 법

착한 눈을 가진 사람들

오지로 밀입국을 서두르는 밤

슬픈 눈빛을 한 별 하나

양철 대문을 비추며 두꺼운 살점을 핧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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