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입국
박주택
착한 사람들 문고본처럼
저렇게들 조용히 수저를 내려놓는구나
청국장이 종소리를 내며 그릇에 가라앉을 때
세상에 추방된 자들의 집회처럼
착한 사람들 서로의 눈빛에 몸을 섞는구나
문득 양철 대문 집에 살던 때가 떠오른 것은
예인하듯 냄새가 망각을 흔들었기 때문일 게다
그리고 밀입국이라는 말
높이 솟은 빌딩들이 이처럼 사람을 멀게 만들었다면
저처럼 자신 안에 은신처를 구한 사람은
주석 많은 책일게다
항문에서 뽑혀져 나오던 회충처럼
쓰레기 국물 흐르는 골목을 지나
빌미로 가득 찬 대로에 서면
방금 낚여 올라온 물고기의 눈처럼
어둠은 튀어 나오는 법
착한 눈을 가진 사람들
오지로 밀입국을 서두르는 밤
슬픈 눈빛을 한 별 하나
양철 대문을 비추며 두꺼운 살점을 핧는다
'♧...참한詩'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중독/박남희 (0) | 2013.12.29 |
---|---|
접시라는 이름의 여자/송찬호 (0) | 2013.12.29 |
저 석양/박주택 (0) | 2013.12.29 |
모슬포 생각/이문재 (0) | 2013.12.29 |
꽃/김용택 (0) | 2013.12.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