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도성암 가는 길2

김욱진 2010. 5. 23. 23:10

   도성암 가는 길2

                -비슬산2

 

 

 

소슬바람 눈치 살피며

까투리 한 마리

오므렸던 날개를 펴다

그 틈새로

으스름 달빛 한 바랑

걸머지고

낯익은 오솔길 들어서다

 

그림자마저 지우고픈

가을 어스름

어디선가

날다람쥐 한 마리

잔솔가지 타고 내려와

내 그림자 밟고 지나가다

 

도성암 가는 길섶

뭉게구름처럼 퍼질러 앉아

참선하는 바윗돌 언저리서

탑돌이 하듯 둘러서있는

도토리나무들과 함께

허공장보살*의 법문을 듣다

가랑잎처럼 덩달아

가벼워지는 내 발걸음

 

 

*허공장보살(虛空藏菩薩) : 허공처럼 한없는 지혜와 자비를 베푸는 보살

 

 

 

                                      (시문학 등단작 200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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