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암 가는 길2
-비슬산2
소슬바람 눈치 살피며
까투리 한 마리
오므렸던 날개를 펴다
그 틈새로
으스름 달빛 한 바랑
걸머지고
낯익은 오솔길 들어서다
그림자마저 지우고픈
가을 어스름
어디선가
날다람쥐 한 마리
잔솔가지 타고 내려와
내 그림자 밟고 지나가다
도성암 가는 길섶
뭉게구름처럼 퍼질러 앉아
참선하는 바윗돌 언저리서
탑돌이 하듯 둘러서있는
도토리나무들과 함께
허공장보살*의 법문을 듣다
가랑잎처럼 덩달아
가벼워지는 내 발걸음
*허공장보살(虛空藏菩薩) : 허공처럼 한없는 지혜와 자비를 베푸는 보살
(시문학 등단작 2003년 12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