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쫄딱/이상국

김욱진 2015. 6. 10. 08:41

           쫄딱

                 이상국

 


이웃이 새로 왔다
능소화 뚝뚝 떨어지는 유월

이삿짐 차가 순식간에 그들을 부려놓고
골목을 빠져나갔다

짐 부리는 사람들 이야기로는
서울에서 왔단다

이웃 사람들보다는 비어 있던 집이
더 좋아하는 것 같았는데

예닐곱 살쯤 계집아이에게
아빠는 뭐하시냐니까

우리 아빠가 쫄딱 망해서 이사 왔단다

그러자 골목이 갑자기 넉넉해지며
그 집이 무슨 친척집처럼 보이기 시작했는데

 

아, 누군가 쫄딱 망한 게
이렇게 당당하고 근사할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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