觀音
문소윤
삐걱거리지 않는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그는 한 번도 평화롭게 항복한 적이 없다
저항과 저항 사이를 꿰매는 수술이 없어서 안 하는 것이 아니다
금 간 틈이 벌어졌을 때 나는 술을 마신다
질겅질겅 씹어서 마신다
그대여,
맛있게 또는 더럽게 라이타를 켜는 그대여
결국 그것이 우리의 핵심 아니더냐
애인의 빽을 빌리다
빽은 어딜가나 폭죽같은 것이다
나는 bag을 빽으로 읽으나
재질에 따라서 발음을 달리할 때도 있다
엊저녁 계단을 내려가다가 발목을 삐끗했다
아침밥을 먹고 정형외과를 찾았다 진료실 앞에는
백들이 빽빽하게 앉아 있다
저, 백에 들어 있는 절뚝이는 편견과
목발의 관계를 생각하고 있는데
간호사가 불퉁하게 부른다
오후 네 시 넘어야 순서가 되니 점심 식사 후 오라 한다
점심이나 먹을 요량으로 애인한테 전화를 걸었는데
담당 의사가 제 고등학교 후배이기도 하지만
육촌동생과 친한 친구의, 친구란다
화통삶아 먹은 목소리로 허방을 가른다
발목을 진찰한 네모난 안경이
인대가 늘어졌다고 말한다
인대는 인맥과 인맥 사이에 있다고
육촌동생과 친한, 친구의 친구가 말한다
오후로 늘어질 뻔한 시간을 잘라 준
식칼 같은 빽이여
나의 루이비똥 빽이여
냉이꽃
어머니
창밖에 눈발이 날리고 있습니다
무릎 통증이 날로 더해가기만 해서
결국 수술을 하고 며칠째 누워 있습니다
어머니
입맛이 독하게 떨어졌습니다
문득 냉이 나물이 먹고 싶습니다
툭박진 손으로 버무린
그 나물이면 밥 한 그릇 거뜬하겠습니다
어머니는 오지 않고
쓴 침만 고입니다
어머니 안간힘 쏟던 남새밭 두렁
입춘 지나고 3월 오면
냉이꽃이 필 테지요
어머니가 하얗게 필 테지요
어머니는 오지 않고
냉이꽃만 흔들립니다
언니야
나는 포만도 없는 사랑 하나 앓고
머리 위에 흰 꽃만 소복한데
해마다 진분홍 사랑 활활 피워내는
진달래 언니야
무더기로 온 손님
무더기로 보낸 후
제 몸보다 붉은 눈물 뚝뚝 떨구었으면
한 번쯤 토라질 만도 한데
속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다시 남풍 불어 오면
산산 골골 꽃등 밝혀 놓고
또 누구를 전율시키려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