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시집 한 권 냈다고
팔십 평생 땅뙈기 일구고 산 오촌 당숙께 보내드렸더니
달포 만에 답이 왔다
까막눈한테 뭘 이래 마이 지어 보냈노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시를, 우린
시래기 국만 끓여먹고 살아도 배부른데
허기야, 물 주고 거름 주고 애써 지은 거
아무 맛도 모르고 질겅질겅 씹어 봐도 그렇고
입맛 없을 때 한 이파리씩 넣고 푹 삶아먹으면 좋것다
요즘은 시 나부랭이 같은 시래기가 금값 아이가
이전에 장날마다 약장수 영감 따라 와서
한 많은 대동강 한 가락 불러 넘기고
한 바탕 이바구하던 그 여자
시방도 어데서 옷고름 풀듯 말듯
애간장 태우고 있나 모르것다
그나저나 니 지어 논 시
닭 모이 주듯 시답잖게 술술 읽어보이
청춘에 과부 되어 시집 안 가고 산 아지매
고운 치매 들었다 하이
내 맴이 요토록 시리고 아프노
시도 때도 없이 자식 농사가 질이라고 했는데
풍년 드는 해 보자고 그랬는데
(2017 대구문학 5,6월호)
'♧...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세뱃돈 대신 (0) | 2018.02.21 |
---|---|
모노레일 위에서 골목 투어하다 (0) | 2017.07.04 |
기도빨 (0) | 2016.03.23 |
일본 속의 한민족사 탐방기 (0) | 2016.03.05 |
나 먹다 (0) | 2015.12.2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