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노레일 위에서 골목투어하다
3호선 모노레일을 타고 보니
곱창 같은 골목이 한눈에 들어온다
용지에서 칠곡 경대병원까지 새로 난 공중 골목길
혼자서 그냥 하늘나라 가는 연습하듯 떠나보는 거다
높고 낮은 건물 사이로 톺아보는 골목 골목들
그 골목이 그 골목 같은 길 한 모퉁이서
봄나물 팔고 있는 골목길 할머니
골목길 미주구리 골목길 블루스 골목길 외등
정겹지 않은 게 없다
허기져 따라오는 멀건 낮달도
맞은 편 차창 영정사진처럼 내걸린 나의 그림자도
구불구불 골목길 빠져나간다
골목과 골목이 만나 눈물 주고 마음 주고 살갑게 붙어살다
어느새 외톨이가 되어 가는 골목 이야기
종착역에 한 보따리 두고 내린다
환승할 즈음, 깜빡
망백望百을 살다간 노모 얼굴 조용히 스쳐지나간다
모노레일 같은 인생길에서
오늘따라 죽은 골목들이 자꾸만 눈에 밟힌다
(2021 대구알리기 문학페스티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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