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세뱃돈 대신

김욱진 2018. 2. 21. 16:00

             세뱃돈 대신

 

섣달그믐밤 엎치락뒤치락하다

내 블로그 신작시 방에 들러 뒤적뒤적해보니 

올 한 해 꼬박 빚은 시만 육십여 편 남짓

아파트 평수 불린 듯 배가 부르다

편당 고료 3만원을 받았다 쳐도, 어림잡아 180만원

그 모갯돈만 있으면 지금쯤 세뱃돈 걱정은 안 해도 될 텐   

한편, 잠자리 누워 가만 또 생각해보니

고료 몇 푼 받고 밥값치레한 건 여남은 편도 채 되질 않네

내일이면 설이라, 세뱃돈 줄 일도 만만찮

눈썹 쉰다는 섣달그믐밤 꼬박 지새우고 앉아, 나는

세뱃돈 대신 여태 묵혀둔 시 한 편씩 골라 줄 궁리를 했네 

시집 못 간 서울 생질녀한테는 특별히 '행복 채널' 시집 한 권

아랍어 배운다고 튀니지 간 아들 녀석은 '밥값' 시 한 편 

3년째 취업준비하고 있는 조카한테는 '나는 자수성가한 시인' 시 한 편

군대 갔다 휴가 나온 처조카한테는 '별 얘기 같지 않은 별 얘기' 시 한 편

일찍이 영감 잃고 홀로 사신 어머니껜 '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시 한 수

설날 제상 앞에서

재작년 늦가을 수상한 시국머리 발표한 시 '참, 조용한 혁명' 한 편

제문 대신 읽을 요량이네

 

                   -2018 대구문학3,4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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