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뱃돈 대신
섣달그믐밤 엎치락뒤치락하다
내 블로그 신작시 방에 들러 뒤적뒤적해보니
올 한 해 꼬박 빚은 시만 육십여 편 남짓
아파트 평수 불린 듯 배가 부르다
편당 고료 3만원을 받았다 쳐도, 어림잡아 180만원
그 모갯돈만 있으면 지금쯤 세뱃돈 걱정은 안 해도 될 텐데
한편, 잠자리 누워 가만 또 생각해보니
고료 몇 푼 받고 밥값치레한 건 여남은 편도 채 되질 않네
내일이면 설이라, 세뱃돈 줄 일도 만만찮고
눈썹 쉰다는 섣달그믐밤 꼬박 지새우고 앉아, 나는
세뱃돈 대신 여태 묵혀둔 시 한 편씩 골라 줄 궁리를 했네
시집 못 간 서울 생질녀한테는 특별히 '행복 채널' 시집 한 권
아랍어 배운다고 튀니지 간 아들 녀석은 '밥값' 시 한 편
3년째 취업준비하고 있는 조카한테는 '나는 자수성가한 시인' 시 한 편
군대 갔다 휴가 나온 처조카한테는 '별 얘기 같지 않은 별 얘기' 시 한 편
일찍이 영감 잃고 홀로 사신 어머니껜 '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시 한 수
설날 제상 앞에서는
재작년 늦가을 수상한 시국머리 발표한 시 '참, 조용한 혁명' 한 편
제문 대신 읽을 요량이네
-2018 대구문학3,4월호
'♧...발표작'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보다리 위에서 (0) | 2018.07.13 |
---|---|
우짜노 (0) | 2018.03.29 |
모노레일 위에서 골목 투어하다 (0) | 2017.07.04 |
시, 생전 듣도 보도 못한 (0) | 2017.07.04 |
기도빨 (0) | 2016.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