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표작

도보다리 위에서

김욱진 2018. 7. 13. 08:30

           도보다리 위에서

 

60대 중반 노신사와 30대 중반 젊은이

딱 한 세대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만남이 어렵사리 성사되었다

나로 굳이 득실을 따지자면

노신사가 30년을 접어주고 만나는 셈이니 손해가 이만저만 아닐 거라 생각다가도

핵카드 한 장 숨겨두고 큰소리 뻥뻥 치던 젊은이가 

노신사 얘기 고분고분 듣고 앉아 있는 걸 보니

나로서는 노신사도 얻은 게 적잖을 거라 굳게 믿고 싶었다

도보다리 위에서, 따뜻한 봄날에, 둘이

난생 처음 마주보고 앉아 나눈 얘기 30분

세대 차이를 넘고 분단을 넘고 이념을 넘어   

팔천만 겨레가 65년간 해야 할 말을 두 사람이 대신 다해야 하는 1분, 1분

그 1분은 짜릿했고, 가슴 벅찼고, 눈물겨웠고, 절박했고, 아쉬웠다       

둘 사이 오간 밀담  

분주히 엿들은 새들은 미주알고주알 온 세상에 일러바쳤

우리는 그 말을 한꺼번에 다 알아들으려고  

뒤풀이까지 밤새 보고 듣고 느끼고

그도 모자라 또 보고 듣고 느끼고, 참

평양냉면 먹고 있는 양반네들 쳐다보다

침 줄줄 흘러내리는 줄도 모르고

쫄깃쫄깃한 맛 듬뿍 느끼는 이 봄 

이 나에 봄을 타는 것도 나만의 벽 허무는 일이라고 여기니

왠지 나도 모르게 자꾸 설렌다


       -제49회 한민족 통일문예제전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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