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다리 위에서
60대 중반 노신사와 30대 중반 젊은이
딱 한 세대 차이가 나는 두 사람의 만남이 어렵사리 성사되었다
나로 굳이 득실을 따지자면
노신사가 30년을 접어주고 만나는 셈이니 손해가 이만저만 아닐 거라 생각다가도
핵카드 한 장 숨겨두고 큰소리 뻥뻥 치던 젊은이가
노신사 얘기 고분고분 듣고 앉아 있는 걸 보니
나로서는 노신사도 얻은 게 적잖을 거라 굳게 믿고 싶었다
도보다리 위에서, 따뜻한 봄날에, 단 둘이
난생 처음 마주보고 앉아 나눈 얘기 30분
세대 차이를 넘고 분단을 넘고 이념을 넘어
팔천만 겨레가 65년간 해야 할 말을 두 사람이 대신 다해야 하는 1분, 1분…
그 1분은 짜릿했고, 가슴 벅찼고, 눈물겨웠고, 절박했고, 아쉬웠다
둘 사이 오간 밀담
분주히 엿들은 새들은 미주알고주알 온 세상에 일러바쳤고
우리는 그 말을 한꺼번에 다 알아들으려고
뒤풀이까지 밤새 보고 듣고 느끼고
그도 모자라 또 보고 듣고 느끼고, 참
평양냉면 먹고 있는 양반네들 쳐다보다
침 줄줄 흘러내리는 줄도 모르고
쫄깃쫄깃한 맛 듬뿍 느끼는 이 봄
이 나에 봄을 타는 것도 나만의 벽 허무는 일이라고 여기니
왠지 나도 모르게 자꾸 설렌다
-제49회 한민족 통일문예제전 우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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