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한詩

유방 / 문정희

김욱진 2021. 1. 24. 09:10

유방

문정희

 

 

윗옷 모두 벗기운 채

맨살로 차가운 기계를 끌어안는다

찌그러드는 유두 속으로

공포가 독한 에테르 냄새로 파고든다

패잔병처럼 두 팔을 들고

맑은 달 속의 흑점을 찾아

유방암 사진을 찍는다

사춘기 때부터 레이스 헝겊 속에

꼭꼭 싸매놓은 유방

누구에게나 있지만 항상

여자의 것만 문제가 되어

마치 수치스러운 과일이 달린 듯

깊이 숨겨놨던 유방

우리의 어머니가 이를 통해

지혜와 사랑을 입에 넣어주셨듯이

세상의 아이들을 키운 비옥한 대자연의 구릉

다행히 내게도 두 개나 있어 좋았지만

오랜동안 진정 나의 소유가 아니었다

사랑하는 남자의 것이었고

또 아기의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나 지금 윗옷 모두 벗기운 채

맨살로 차가운 기계를 안고 서서

이 유방이 나의 것임을 뼈저리게 느낀다

맑은 달 속의 흑점을 찾아

축 늘어진 슬픈 유방을 촬영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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