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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욱진 시인, 제 5회 김명배문학상 작품상 수상

김욱진 2022. 8. 21. 21:04

김욱진 시인, 제 5회 김명배문학상 작품상 수상

 

 

◉작품상 : 김욱진 시인◉

 

응모시집: 수상한 시국(2020년)

경북 문경 출생

경북대학교 사회학과 및 동 대학원 졸업

2003년 <시문학> 등단

2018년 제 49회 한민족통일문예제전 우수상 수상

2020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혜

2022년 제 8회 박종화문학상 수상

시집 비슬산 사계』『행복 채널』『, 조용한 혁명』『수상한 시국

한국문인협회 달성지부 회장 역임

거주지: 대구광역시

 

 

▣수상 소감 / 김욱진▣

 

 이런 세상이 올 줄 몰랐습니다. 보이지 않는 코로나도 그렇고, 문학상도 그렇습니다. 저 멀리 충청도 천안 땅에서 뿌리내린 김명배 문학상이 대구에 살고 있는 저에게까지 와 닿을 줄은 참으로 몰랐습니다. 저마다 끼리끼리 주고받는 수상한 이 시국에 말이지요. 참, 올곧게 문학 활동해온 분의 정신을 기리는 문학상이다 싶은 생각에 절로 고개 숙여졌습니다.

 

 이 허공 속으로 무수히 왔다 가는 것들에 이름을 붙이고, 그게 진짜인 양 우리는 길들여진 그 상들에 무심코 끌려가고 있습니다. 그 상이 그 상입니다. 여기, 지금, 나는 어디에 있을까요. 오직 모를 뿐입니다. 나라는 상 하나를 꼭 움켜쥐고, 이게 진짜야! 착각하며 시라는 이름으로 초라하게 발표하곤 했습니다. 그러면서 시란 무엇이고, 시를 왜 쓰고 어떻게 써야하며, 그 시를 누가 쓰는가에 대해 부단히 묻고 물었습니다.

 

 일찍이 김명배 시인께서는 「작별」이라는 시편에서 “…그런 뒤에 떠나겠습니다. /한평생 곰곰이 생각해보아도 /도대체 내가 왜 여기에 왔는지 알 수가 없으니 그걸 물어 /보려 떠나야겠습니다. 포기할 수 없습니다. 다만 작별이라서 /똑딱똑딱 발자국 소리는 아니 내겠습니다.”라고 답하셨더군요.

 

 그렇습니다. 여기, 지금, 나는 늘 새 것입니다. 머물되 머문 바 없이 머물고 있는 몸뚱어리가 그렇고 생각이 그렇고 느낌이 그렇고 마음이 그렇습니다. 우주 한 모퉁이 나의 시가 그렇습니다. 저의 시답잖은 시편들을 선해주신 심사위원님들과 김명배 문학상 공모에 동참하신 모든 분들과의 시절 인연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끝으로 치열한 문학 토론을 함께하고 있는 시마루 동인 회원님들과 잠시나마 이 기쁨을 나누겠습니다.

 

   

▣당선작▣  

   

그 바람에 외 2편

 

은행들이 다 털렸다

졸지에 알거지 신세가 되어버린 은행들은 

길바닥에 나앉았고

그 소문은 일파만파로 번졌다  

구린내가 났다

누구 소행인지 따져볼 겨를도 없이

줄도산 당한 은행들은 속수무책이었다

그 바람에

은행 주가는 폭락했고

빚쟁이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난 빚 짓뭉개듯

은행 짓밟고 지나갔고

바람은 그냥 빚잔치 한 판

속 시원하게 벌인 듯 지나갔다

그 바람에

빚진 늦가을 바람은

큰길가 신호등 언저리 보도블록 위

은행 신용불량자 딱지처럼 딱 붙어있는

일수대출 광고지 직빵 전화번호부터

슬그머니 떼어내고 있었다     

 

 

무료급식소

   

수성못 둑을 돌다 보면

둑 가에 죽 둘러서서 

새우깡을 새우처럼 방생하는 이들이 있다  

그 소문은 일파만파로 퍼져

눈치코치 없는 꼬맹이 물고기들도 다 안다 

온종일 북적이는 무료급식소 

새우깡 몇 물속으로 던져주면

금세 새우들은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고

어디선가 그 냄새 맡고 몰려온 물고기들은

새우 한 마리 먼저 낚아채려고

죽기 살기로 달려든다 

개중엔

동네 건달 행세하며

떼 지어 몰려다니는 패거리족도 있고

새끼 입에 들어가는 새우

꼬리 깡 물고 뜯어먹는 얌체족도 있지만

그래도 부지기수는 

자식새끼 먹여 살릴 땟거리 구하려고

한평생 헤엄치며 돌아다닌 나 많은 물고기들 

물 한 모금으로 아침 때우고

오늘은 어딜 가서 밥값을 하나

허구한 날 고민했을 이상화 시비 앞에서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 

귀동냥만 실컷 하고 허기진 듯

물 위로 힐끔 고개 내밀다   

찰칵, 착각

밥때인 줄 알고 

소복 모여드는 수성못 둑 가 

 

 

거울 보는 새

 

높이 나는 새가 멀리 본다는

경구 한 줄 적힌 수돗가 거울 앞

참새 한 마리 날아와 앉아

두리번두리번 살피다

거울 뚫어지라 유심히 들여다본다

여기, 지금, 나는 누구인가

묻고 있는, 참

새는 나를 보더니

놀란 듯 민망한 듯

발가락 오므리고 쫑쫑 수돗가로 걸어가

똑똑 떨어지는 물 한 방울

콕콕 쪼아 먹고

거울 밖으로 훨훨 날아오른다

나는 새다

나는 새다

그러는 새, 나는

새는 수도꼭지만 멍하니 쳐다보다

거울 속으로 돌아갔다

안팎 없는 저, 허공

한 무더기 새는 또 어디로 돌아갔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