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 살자고 하는 짓/하종오 지 살자고 하는 짓 하종오 밭고랑에서 삐끗해 금 간 다리뼈 겨우 붙으니 늙은 어머니는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마당가로 가 참나무 아래서 도토리 주워 껍질 까다가 막내아들이 쉬라고 하면 내뱉었다 놔둬라이, 뼈에 숭숭 드나드는 바람 달래는 거여 장가 못 든 쉰줄 막내아들이 홀로 된 여든줄 어머.. ♧...참한詩 2010.11.08
여름 半 가을 半/박재삼 여름 半 가을 半 박재삼 낮에는 쨍쨍한 불볕을 살에 받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찬바람도 더러 느끼는 이 여름 半 가을 半 그러나 그것이 다시 가을날씨 하나로 기울어져 시세가 나다가 가을半 겨울半을 겪다가 ㆍㆍㆍㆍㆍㆍ 하늘의 이 그윽한 움직임에는 사람은 지치는 일 없건만 한 목숨씩 따로따로 열.. ♧...참한詩 2010.11.08
붉은 달/안도현 붉은 달 안도현 그해 여름 아버지는 수박밭에다 수박을 심어놓고 첫물을 한번 따지도 못하고 돌아가셨다 수박밭에는 수박 대신 둥근 슬픔들이 가족을 이루고 있었다 내가 수박 속에 담긴 붉은 달을 떠올리고 있을 때 저 달이라도 내다 팔아보자 어머니가 말씀하셨다 타이탄 트럭 하나 가득 달을 싣고 .. ♧...참한詩 201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