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값 외 2편/정호승 밥값 외 2편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 ♧...참한詩 2010.11.07
빈 화분을 보며/유종인 빈 화분을 보며 유종인 꽃 대신 고추 모종을 빈 화분에 심는 노파여 당신의 머리에는 백초(白草)가 성성하여 가벼운 몸분(盆)엔 벌써 저승꽃이 거뭇해라 한 계절을 비워냈기로 관(棺)으로 쓰일 소냐 여우비를 심어볼까 천뢰(天籟)의 시를 옮겨볼까 아니야, 광야를 불러다 숨통 하날 틔워보자 ♧...참한詩 2010.11.06
만행 만행 이석구 늦은 저녁 비 온다 땅콩만 한 빗방울이다 투두둑 운주사 와불 집 밖을 나설 때부터 좀약 냄새가 난다 맨살을 덮을수록 바람에 날릴 것 같은 휘어진 등에 걸쳐 걸어가며 입어야 할 내 생애 옷 한 벌이라 세탁하여 말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허물일까 아무데나 발 닿아도 문 열고 달을 .. ♧...참한詩 2010.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