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검다리/정호승 징검다리 정호승 물은 흐르는 대로 흐르고 얼음은 녹는 대로 녹는데 나는 사는 대로 살지 못하고 징검다리가 되어 엎드려 있다 오늘도 물은 차고 물살은 빠르다 그대 부디 물속에 빠지지 말고 나를 딛고 일어나 힘차게 건너가라 우리가 푸른 냇가의 징검다리를 이제 몇 번이나 더 건너걸 수 있겠느냐 .. ♧...참한詩 2010.11.09
동안거/김현옥 동안거 김현옥 거둬들인 인연들 키질하고 보니 하아 알곡 몇 안 되더군 쭉정이들 미련 없이 날려버리고 그 알곡으로 가난한 가슴 연명해 왔지만 그나마 곯아 죽지 않을 정도니 인연 농사 영 망친 건 아니더군 사십 몇 년 오래 농사지었어도 아직도 풍년 들려면 한참 멀었더군 묵은 된장처럼 묵은 김치.. ♧...참한詩 2010.11.09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김사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김 사 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그 처자 발그라니 언 손에 얹혀 나 인생 탕진해버리고 말겠네 오갈 데 없는 그 처자 혼자 잉잉 울 뿐 도망도 못 가지 그 처자 볕에 그을려 행색 초라하지만 가슴과 허벅지는 소젖보다 희리 .. ♧...참한詩 201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