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날의 잔상1 가난한 날의 잔상殘像1 퉁퉁 부르튼 종아리에 찰거머리 서너 마리 빚쟁이처럼 달라붙어 떼를 써도 그저 아무 일 없는 양 막걸리 한 사발 쭉 들이키시는 당신 삭은 밀짚모자 푹 눌러쓰고 지렁이 굼벵이 더부살이하는 구불구불한 밭뙈기 고랑을 빚쟁이 엎듯 줄줄 갈아엎으시는 당신 순사.. ♧...비슬산 사계 2010.05.21
가난한 날의 잔상2 가난한 날의 잔상殘像2 어릴 적 나는 재빨리 어른이 되고 싶어 박넝쿨처럼 몰래 담벼락 타고 지붕으로 살살 기어올라가 폭 삭은 지푸라기 만지작거리며 어렴풋 아버지의 목소리를 흉내내었지 봉당 한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햇나락 쭉정이 키질하시던 할머니 풀죽은 목소리로 “애비야, .. ♧...비슬산 사계 2010.05.21
어른이 되고 싶었지 어른이 되고 싶었지 소꼴 베러 뒷골 가 도랑가재 잡아 구워먹고 허수아비 속 태우며 콩서리하다 그만 밭주인에게 붙잡혀 혼이 나던 어린 녀석 옥수수 대궁처럼 성큼 자라 누군가에게 베풀며 사는 어른이 되고 싶었지 수염만 길게 기르면 될 거라 생각하고 몇 날 며칠 할머니 머리맡에 빠진 흰 머리칼 .. ♧...비슬산 사계 2010.05.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