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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야 식당 / 박소란

심야 식당 박소란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중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충무로 진양상가 뒷편 국수를 잘하는 집이 한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약속도 없이 자주 왁자한 문 앞에 줄을 서곤 했는데 그곳 작다란 입간판을 떠올리자니 더운 침이 도네요 아직 거기 그 자리에 있는지 모르겠어요 맛은 그대로인지 모르겠어요 실은 우리가 국수를 좋아하기는 했는지 나는 고작 이런 게 궁금합니다 귀퉁이가 해진 테이블처럼 잠자코 마주한 우리 그만 어쩌다 엎질러버린 김치의 국물 같은 것 좀처럼 딱이지 않는 얼룩 같은 것 새금하니 혀끝이 아린 순간 순간의 맛 이제 더는 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혼자 밥 먹는 일 형광등 거..

♧...참한詩 2021.05.16

진달래 / 강윤후

진달래 강윤후 진달래는 고혈압이다 굶주린 눈멀어 우글우글 쏟아져 나오는 빨치산처럼 산기슭 여기저기서 정맥 터질 듯 총질하는 꽃 진달래는 난장질에 온 산은 주리가 틀려 서둘러 푸르러지고 겨우내 식은 세상의 이마가 불쑥 뜨거워진다 도화선 같은 물줄기 따라 마구 터지는 폭약, 진달래 진달래가 다 지고 말면 풍병風病든 봄은 비틀비틀 여름으로 가리라

♧...참한詩 2021.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