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을 건너다 곽효환 그 여름밤도 남자 어른들은 돌아오지 않았다 여인들이 지키는 남쪽 지방도시 변두리 개량한옥 어둠을 밀고 온 저녁바람이 선선히 들고 나면 외등 밝힌 널찍한 마당 한편에 모깃불을 피워놓고 저녁상을 물린 할머니를 따라 평상에 자리 잡은 누이와 나 그리고 막둥아! 하면 한사코 고개를 가로젓던 코흘리개 동생은 옥수수와 감자 혹은 수박을 베어 물고 입가에 흐르는 단물을 연신 팔뚝으로 훔쳐냈다 안개 같은 어둠이 짙어질수록 할머니는 그날도 마작판에 갔는지 작은댁에 갔는지 모를 조부를 기다리며 파란대문을 기웃거렸고 부엌과 평상을 오가는 어머니는 좀처럼 말이 없었다 어둠이 더 깊어지면 할머니는 두런두런 일 찾아 항구도시로 간 아버지 얘기를 했고 마당을 서성이던 어머니는 더 과묵해졌다 기다려도 오지 않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