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 조향순 봄 조향순 아무래도 위태롭다 바람 풀어 겁도 주고 눈 풀어 덮쳐보지만 아무래도 아무래도 틀렸다 명자나무 가지 끝에 혀가 보인다 동백꽃 봉오리 틈으로 꼬리 끝이 보인다 잠든 척 깨어있는 얼음장 밑 수병들도 보인다 머잖아 무너지겠다 곧 새 공화국이 들어서겠다 ♧...참한詩 2021.05.23
여름밤 / 조향순 여름밤 조향순 옥상에 올라가니 이미 밤공연은 시작되었습니다 바싹 내려앉은 관중, 별들은 이미 자리를 잡았고 가로등은 멀리서 목을 뺀 채 발돋움하고 주목, 바람은 달리고 미끄러지며 무대를 휩씁니다 낮부터 기다린 달은 아쉬운 듯 기웃기웃 미리 자리 뜰 준비를 합니다 ♧...참한詩 2021.05.23
선생님이 주신 선물 / 권영하 선생님이 주신 선물 권영하 선생님이 벌 대신 수정테이프를 주셨어요 친구들과 사이좋게 지내라고 수정테이프에는 하얀 길이 감겨있었어요 펜이 길을 잘못 가면 기다리고 있다가 달려 나왔어요 지우개로 지워지지 않는 길도 공책에 잘못 쓴 발자국도 뚜벅뚜벅 걸어 나와 덮어주었어요 참고 있다가 잘못을 살며시 덮어주었어요 다시 걸어갈 수 있도록 새 길을 놓아주었어요 며칠 후, 친구와 또 말다툼을 했는데 선생님은 어깨만 토닥토닥 두드려 주셨어요 꾸중 대신 또 수정테이프를 주셨어요 ♧...참한詩 2021.05.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