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자 / 김욱진(2021대구문학 4월호 월평)
나무의자 김욱진 물속에 가라앉은 나무의자 하나 미라처럼 등을 바닥에 대고 못 한 모퉁이 조용히 누워있다 지나가다 언뜻 보면 평생 누군가의 엉덩이 치받들고 꼿꼿이 앉아 등받이 노릇만 하고 살다 이제 두 다리 쭉 뻗고 누워 노후를 편히 쉬는 듯한 모양새다 그 자세가 부러웠던지 물오리 떼 간간이 찾아와 근심 풀듯 물갈퀴 풀어놓고 앉아 쉬, 하다 가고 그 소문 들은 물고기들도 어항 드나들듯 시시때때로 와서 쉬었다 가는데, 저 나 무의 자는 더 이상 나무도 아니고, 의자도 아니다 앉으나 누우나, 성당 못 오가는 사람들 쉼터 되어주다 못 속으로 돌아가 못 다 둘러빠지는 그 순간까지 십자가 걸머지고 가는 나 무의 자는 나무로 왔다 의자로 살다 못으로 돌아간 성자 -김욱진,「나무의자」전부 지금 시인의 눈은 성당못 한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