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제1회 백교문학상 수상시-조영민 제1회 백교문학상 수상시 종신형 조영민 고향집 노을은 양철지붕 위에서 부식되었다 바람이 불 때마다 잎사귀에서 요령 흔드는 소리가 들렸다 손금의 가지들이 너무 우거져 어머니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쇠창살 같은 나뭇가지의 손등을 만지자 달빛이 어둑했다 달은 몇 번의 탈옥이라도 결심한 듯 이.. ♧...신춘문예,수상작 2011.01.02
[스크랩] [2010 동서커피문학상]오희옥,조수일,김창희,김애란,조미희 제10회 동서커피문학상 詩부문 금상 택배를 출항시키다 / 오희옥 통영에서 수천 마리의 멸치 떼가 집으로 배달되었다 종이 박스 모서리를 뚫고 출렁, 마룻바닥으로 쏟아졌다 멀미가 났을 것이다 해풍에 이마주름 말리시는 아버지 유자나무 열매에서도 지독한 비린내가 났다 내가 질색하며 뱉어버린 바.. ♧...신춘문예,수상작 2011.01.02
[스크랩] 2010년 제 34회 [방송대문학상]수상시 - 유명순 오래 닫힌 창(窓) 유명순 저 혼자 산 공기가 두껍다 유리창 깊숙히 뿌리를 내린 먼지의 격자무늬 직각으로 교차한 문살무늬를 지워본다 풍경을 적시던 창, 가만 들여다보면 햇살에 낫을 벼리던 사내들은 간데없고 흑백사진 속에 갇힌 三代의 쑥스러운 웃음만 마른 창틀에 걸려 위태롭다 이따금씩 걸려.. ♧...신춘문예,수상작 2011.01.02
[스크랩] [이상시문학상] 존 테일러의 구멍 난 자루 외 4편/ 송찬호 [제3회 이상시문학상 수상작] 존 테일러의 구멍 난 자루 외 4편 송찬호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이, 그 자루의 옆구리에 난 총알구멍으로 존 테일러의 부유한 피와 살이 모두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채 다섯 달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존 테일러의 마지막 시간이 꼭 쓸쓸했던 것만은 아니다 '천국을 .. ♧...신춘문예,수상작 2011.01.02
[스크랩] 2011년 동양일보 신춘 당선작 끈/정영희 끈 쇠죽 쑤는 저녁이었다 집집마다 장작불이 타오르고 쌀 앉히는 소리로 마을이 저물면 밤이 이슥하도록 두런두런 눈이 내렸다 국화송이 같은 눈송이를 툭툭 털어내며 혈족들 하나둘 모여 들고 풀 먹인 밤을 와시락와시락 눈이 내려 창호지 밖은 불을 켜지 않아도 환했다 시릉 위에 얹혀 있던 해묵은 .. ♧...신춘문예,수상작 2011.01.02
[스크랩] 외출을 벗다 / 장혜원(2011, 무등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외출을 벗다 / 장혜원 한낮의 외출에서 돌아가는 나무들의 모습이 어둑하다 탄력에서 벋어난 하반신이 의자에 걸쳐 있고 허공 한 쪽을 돌리면 촘촘했던 어듬들, 제 몸쪽으로 달라붙는다 의자의 각을 입고 있는 외출 올올이 각의 면을 베꼈을 것이다 이 헐렁한 정류의 한 때와 폭신함이 나는 좋다 실수.. ♧...신춘문예,수상작 2011.01.02
[스크랩]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유빙<流氷>/ 신철규 2011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유빙 <流氷>/ 신철규 입김으로 뜨거운 음식을 식힐 수도 있고 누군가의 언 손을 녹일 수도 있다 눈물 속에 한 사람을 수몰시킬 수도 있고 눈물 한 방울이 그를 얼어붙게 할 수도 있다 당신은 시계방향으로, 나는 시계 반대방향으로 커피 잔을 젓는다 맞물린 톱니바.. ♧...신춘문예,수상작 2011.01.02
[스크랩]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새는 없다 / 박송이 201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새는 없다 / 박송이 우리의 책장에는 한 번도 펼치지 않은 책이 빽빽이 꽂혀 있다 15층 베란다 창을 뚫고 온 겨울 햇살 이 창 안과 저 창 밖을 통과하는 새들의 발자국 우리는 모든 얼굴에게 부끄러웠다 난간에 기대지 말 것 애당초 낭떠러지에 오르지 말 것 바람이 불었.. ♧...신춘문예,수상작 2011.01.02
[스크랩]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오늘의 운세 / 권민경 201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오늘의 운세 / 권민경 나는 어제까지 살아 있는 사람 오늘부터 삶이 시작되었다 할머니들의 두 개의 무덤을 넘어 마지막 날이 예고된 마야 달력처럼 뚝 끊어진 길을 건너 돌아오지 않을 숲 속엔 정수리에 솟아난 나무가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우고 수많은 손바닥이 흔들.. ♧...신춘문예,수상작 2011.01.02
[스크랩]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 아버지의 발화점 / 정창준 2011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작 아버지의 발화점 / 정창준 바람은 언제나 가장 허름한 부위를 파고 들었고 그래서 우리의 세입은 더 부끄러웠다. 종일 담배 냄새를 묻히고 돌아다니다 귀가한 아버지의 몸에서 기름 냄새가 났다. 여름 밤의 잠은 퉁퉁 불은 소면처럼 툭툭 끊어졌고 물묻은 몸은 울음의 .. ♧...신춘문예,수상작 2011.0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