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고된 시집살이 석삼년에 벙어리 시마 찾아와 두 번째 시집 보내준다기에, 단숨에 용한 점쟁이 찾아가 캐물었다. 귀머거리한테 시집갈 팔자란다. 그놈의 팔자 거스르며 나랑 여태 동거한 암세포들, 지금 사는 집 확 허물고 이 세상 버려진 것들 다 주워 담을 빈집 하나 지어 시상이나 줄줄 낳으며 노후 액땜하랜다. 옳거니, 부처님 말씀 몇 근 우려 주춧돌 박고, 일억 사천만년 묵은 우포늪 푹 고아 단청하고, 고스란히 떠도는 나의 업력 풀어 헤친다. 어허야 둥기둥기 행복 채널 돌린다.
2013년 10월
김욱진 손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