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사소하지 않은
어릴 때 꼬드밥 우물우물 씹어
내 입에 넣어주신 할머니 이가 다 빠졌다
거짓말 많이 해서 그렇다고 하셨다
네 살 아래 여동생 감쪽같이 속여
요리조리 부려먹고 우려먹은 게 수도 없이 많았는데
덜컥 겁이 났다
그 후로 나는 여동생과 얘기할 땐
'참말로' 라는 말을 거짓말처럼 써먹었고
그러면 여동생은 철석같이 믿었다
열 살 되던 해, 어금니가 흔들거렸다
엄마한테 들키면 혼날 것 같아
몇 날 며칠 숨기다
할머니 앞에 무릎 꿇고 앉아 빌었다
할머니 합죽이 웃으며
거짓말처럼 옭아맨 내 어금니
콱 잡아당기며 정수리 팍 내리쳤다
쑥 둘러빠진 이빨
아궁이 속으로 집어던지며
나 보고 '헌 이 줄게 새 이 다오' 그러란다
이 다 빠진 할머니 거짓말
참말로 믿을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