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령을 위한 연가/문정희 한계령을 위한 연가 문 정 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 ♧...참한詩 2011.02.04
[스크랩] [故 박완서 선생님 추모시]정호승- 중앙일보 2011.1.25자 선생님 '裸木'으로 서 계시지 말고 돌아오소서 정호승 선생님 아침에 일어나 흰 꽃잎처럼 내리는 눈을 바라보고 있는데 그 눈송이 사이로 한 송이 눈송이가 되어 선생님 떠나가셨다는 소식 너무 놀랍습니다 유난히 추운 올겨울 혹한이 선생님껜 그토록 혹독하셨습니까 일찍이 이 시대의 '나목'이 되어.. ♧...참한詩 2011.02.02
[스크랩] 시집보내다 / 오탁번 시집보내다 / 오탁번 새 시집을 내고 나면 시집 발송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속 표지에 아무개 님 청람(淸覽), 혜존(惠存), 혜감(惠鑑), 소납(笑納) 반듯하게 쓰고 서명을 한다 주소와 우편번호 일일이 찾아 쓰고 튼튼하게 테이프로 봉해서 길 건너 우체국까지 내 영혼을 안고 간다 시집 한 권 정가 80.. ♧...참한詩 2011.02.01
온돌방/조향미 온돌방 조향미 할머니는 겨울이면 무를 썰어 말리셨다 해 좋을땐 마당에 마루에 소쿠리 가득 궂은 날엔 방 안 가득 무 향내가 났다 우리도 따순 데를 골라 호박씨를 늘어놓았다 실겅엔 주렁주렁 메주 뜨는 냄새 쿰쿰하고 작은방 구석에는 수수대로 엮어놓은 곳에 고구마 가득 윗목에선 콩나물이 쑥쑥 .. ♧...참한詩 2011.01.31
남해 금산/이성복 남해 금산 이성복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 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 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 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 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 주었네 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 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참한詩 2011.01.28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백석 어느 사이에 나는 아내도 없고, 또 아내와 같이 살던 집도 없어지고, 그리고 살뜰한 부모며 동생들과도 멀리 떨어져서, 그 어느 바람 세인 쓸쓸한 거리 끝에 헤매이었다. 바로 날도 저물어서, 바람은 더욱 세게 불고, 추위는 점점 더해 오는데, 나는 어느 목수(木手)네 집 .. ♧...참한詩 2011.01.23
중요한 곳/안도현 중요한 곳 안도현 모악산 박남준 시인, 여름 밤 가끔 깨 활딱 벗고는 버들치들 헤엄치는 계곡 둠벙에 몸을 담근다고 합니다 그러면 물 속 버들치들이 허연 사타구니께로 한 마리도 아니고 두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도 아니고, 한꺼번에 검게 일렁이는 낯선 물풀 속에 잠이라도 청하자는 건지 슬금슬금 .. ♧...참한詩 2011.01.22
누워 흐르는 강/백우선 누워 흐르는 강 백우선 강을 누워서 흐러게 하라 강을 일으켜 세우지 말라 일으켜 세워진 강은 뛰어내리기도 전에 발이 썩고 다리가 썩고 온몸이 썩고 썩은 젖에 아이들이 썩는다 강을 누워서 흐러게 하라 누워서 반짝반짝 노래하며 흘러 물살이 물살을 껴안고 사랑하며 흘러 아이들을 낳고 낳아 기르.. ♧...참한詩 2011.0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