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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제1회 시와세계작품상 수상작] 날치고 훔치고 외 4편/ 김이듬

[제1회 시와세계작품상 수상작] 날치고 훔치고 외 4편 김이듬 번개처럼 떨어지는 접시를 받았다 바나나가 있는 접시였다 바나나가 좋아 난 바바나가 좋아 다 주세요 위에 대고 소리 질렀다 내일부터 접시 닦기를 할 거예요 내 꿈은 작고 웃기는 거 껍질을 벗기면 하얀 과육이 나오고 빨면 즙이 나오는 ..

[스크랩] [2010년 제25회 소월시문학상] 공중/ 송재학

■ 2010년 <제25회>소월시문학상 대상 수상작 공중 송재학 허공이라 생각했다 색이 없다고 믿었다 빈 곳에서 온 곤줄박이 한 마리 창가에 와서 앉았다 할딱거리고 있다 비 젖어 바들바들 떨고 있다 내 손바닥에 올려놓으니 허공이라 가끔 연약하구나 회색 깃털과 더불어 뒷목과 배는 갈색이다 검은 ..

[스크랩] [2010 미당문학상 수상작]가을 저녁의 말/장석남

[2010 미당문학상 수상작] 가을 저녁의 말 장석남 나뭇잎은 물든다 나뭇잎은 왜 떨어질까? 군불 때며 돌아보니 제 집으로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꾸물대는 닭들 윽박질린 달이여 달이 떠서 어느 집을 쳐부수는 것을 보았다 주소를 적어 접시에 담아 선반에 올려놓고 불을 때고 등을 지지고 배를 지지고 ..

[스크랩] [2010 동서커피문학상]오희옥,조수일,김창희,김애란,조미희

제10회 동서커피문학상 詩부문 금상 택배를 출항시키다 / 오희옥 통영에서 수천 마리의 멸치 떼가 집으로 배달되었다 종이 박스 모서리를 뚫고 출렁, 마룻바닥으로 쏟아졌다 멀미가 났을 것이다 해풍에 이마주름 말리시는 아버지 유자나무 열매에서도 지독한 비린내가 났다 내가 질색하며 뱉어버린 바..

[스크랩] 2010년 제 34회 [방송대문학상]수상시 - 유명순

오래 닫힌 창(窓) 유명순 저 혼자 산 공기가 두껍다 유리창 깊숙히 뿌리를 내린 먼지의 격자무늬 직각으로 교차한 문살무늬를 지워본다 풍경을 적시던 창, 가만 들여다보면 햇살에 낫을 벼리던 사내들은 간데없고 흑백사진 속에 갇힌 三代의 쑥스러운 웃음만 마른 창틀에 걸려 위태롭다 이따금씩 걸려..

[스크랩] [이상시문학상] 존 테일러의 구멍 난 자루 외 4편/ 송찬호

[제3회 이상시문학상 수상작] 존 테일러의 구멍 난 자루 외 4편 송찬호 아무도 지켜보는 이 없이, 그 자루의 옆구리에 난 총알구멍으로 존 테일러의 부유한 피와 살이 모두 빠져나가는 데 걸린 시간은 채 다섯 달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고 존 테일러의 마지막 시간이 꼭 쓸쓸했던 것만은 아니다 '천국을 ..

[스크랩] 2011년 동양일보 신춘 당선작 끈/정영희

끈 쇠죽 쑤는 저녁이었다 집집마다 장작불이 타오르고 쌀 앉히는 소리로 마을이 저물면 밤이 이슥하도록 두런두런 눈이 내렸다 국화송이 같은 눈송이를 툭툭 털어내며 혈족들 하나둘 모여 들고 풀 먹인 밤을 와시락와시락 눈이 내려 창호지 밖은 불을 켜지 않아도 환했다 시릉 위에 얹혀 있던 해묵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