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보살 누에보살 뽕잎 공양을 하고 첫잠 든 개미누에 어둠의 동굴에 누워 윤회법문을 한다 이승저승 오고감은 한낱 성긴 발 위에서 몸 한번 바꾸는 일 알에서 깨어나 넉 잠을 자고 묵묵히 섶으로, 섶으로 기어올라 집 한 채 지었다 부서질 몸 그 몸속에서 진신사리 같은 비단실 자아내며 훨훨 성자의 반열에 .. 카테고리 없음 2010.07.03
장미는 손님처럼/문성해 장미는 손님처럼/ 문성해 어느새 파장 분위기로 술렁거리는 장미원에 올해도 어김없이 장미가 다니고 가신다 한번 다니러 오면 한 생애가 져버리는 우리네처럼 이승이란 있는 것 다 털고 가야 하는 곳이라서 꽃술과 꽃잎을 다 털리고 가는 저 꽃들 그래도 말똥구리로 굴러도 이승이 좋은 곳이라고 빨.. ♧...참한詩 2010.07.01
노을을 끌고 간다/박남희 노을을 끌고 간다 박남희 둥근 것이 노을을 끌고 간다 노인은 자전거에 누런 호박을 싣고 저무는 뚝방길을 간다 익어가는 아침은 눈부시지만 익은 저녁은 슬프다 익은 것은 때때로 노을이 된다 노을에 호박이 익고 호박 속에 든 여자가 익는다 얼마 전에 주민등록증이 말소된 여자 비로소 둥근 여자가.. ♧...참한詩 2010.06.28
성탄제/김종길 성탄제 김종길 어두운 방안엔 빠알간 숯불이 피고, 외로이 늙으신 할머니가 애처로이 잦아드는 어린 목숨을 지키고 계시었다. 이윽고 눈 속을 아버지가 약을 가지고 돌아오시었다. 아 아버지가 눈을 헤치고 따오신 그 붉은 산수유 열매- 나는 한 마리 어린 짐생, 젊은 아버지의 서느런 옷자락에 열로 .. ♧...참한詩 2010.06.10
강우/김춘수 강우 김춘수 조금 전까지는 거기 있었는데 어디로 갔나, 밥상은 차려놓고 어디로 갔나, 넙치지지미 맵싸한 냄새가 토를 맵싸하게 하는데 어디로 갔나, 이 사람이 갑자기 왜 말이 없나, 내 목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온다. 내 목소리만 내 귀에 들린다. 이 사람이 어디 가서 잠시 누웠나, 옆구리 담.. ♧...참한詩 2010.06.10
서해/이성복 서해 이성복 아직 서해엔 가보지 않았습니다 어쩌면 당신이 거기 계실지 모르겠기에 그곳 바다인들 여느 바다와 다를까요 검은 개펄에 작은 게들이 구멍 속을 들락거리고 언제나 바다는 멀리서 진펄에 몸을 뒤척이겠지요 당신이 계실 자리를 위해 가보지 않은 곳을 남겨두어야 할까봅니다 내 다 가보.. ♧...참한詩 2010.06.10
[스크랩] 눈물의 힘- 김연아의 눈물/ 박정원- 시평 2010 여름호 눈물의 힘 - 김연아의 눈물 박정원 눈물에게도 길이 있다 혼자 걷다 골목 끝에서 그만 주저앉은 길, 예리한 칼날로 받쳐 올린 길, 수천수만 번 스스로 일으켜 세운 길, 빙벽 직전 멈췄다가 이어놓은 길, 그 길 한가운데에서 가난한 어머니의 촉촉한 눈빛이 라면을 먹는다 아버지의 헛기침소리가 강소주.. ♧...참한詩 2010.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