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공광규 폭설 공광규 술집과 노래방을 거친 늦은 귀갓길 나는 불경하게도 이웃집 여자가 보고 싶다 그래도 이런 나를 하느님은 사랑하시는지 내 발자국을 따라오시며 자꾸자꾸 폭설로 지워주신다 - 시집 <말똥 한 덩이>에서 ♧...참한詩 2010.09.18
묽다/문태준 묽다 문태준 새가 전선 위에 앉아 있다 한 마리 외롭고 움직임이 없다 어두워지고 있다 샘물이 흘러들어가고 있다 논에 못물이 들어가듯 흘러들어가 차고 어두운 물이 미지근하고 환한 물을 밀어내고 있다 물이 물을 섞이면서 아주 더디게 밀고 있다 더 어두워지고 있다 환하고 어두운 것 차고 미지근.. ♧...참한詩 2010.09.18
시는 내 삶의 해우소(解憂所)/정호승 시는 내 삶의 해우소(解憂所) 정호승 어떤 자리에 앉을 때 나는 가능한 한 창을 등지고 앉는다. 창이 통유리로 돼 있어서 바깥 풍경이 훤히 내려다보일 때는 더욱 그러하다. 왜냐하면 창밖 풍경이 나의 배경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주 앉은 상대방이 나를 바라봤을 때 자연히 창밖 풍경을 배경으로 .. ♧...참한詩 2010.09.01
작은 어머니/신달자 작은 어머니 신달자 아버지보다 스무 살이 아래인 그 여자 하얀 노인이 되어 임종을 맞아 누워있네 아버지의 물이 저 여자의 어디까지 스미게 했을까 앙상한 뼈가 한 개 성냥개비 같다 돌아누운 그 여자 꽁지뼈가 솟은 못 같다 살가웠던 아버지의 더운 손을 저 뼈는 기억하고 있을까 엉덩이가 한 바지.. ♧...참한詩 2010.08.18
긍정적인 밥/함민복 긍정적인 밥 함민복 시(詩)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데워 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참한詩 2010.08.15
맞춤법 검사 한국언어정보사 ※※맞춤법검사 ※※우리말사전 ※※※국어사전 ------------ 제 1 장 총 칙 제 2 장 자 모 제 3 장 소리에 관한 것 제 1 절. 된소리 제 2 절. 구개음화 제 3 절. "ㄷ" 소리 받침 제 4 절. 모 음 제 5 절. 두음 법칙 제 6 절. 겹쳐 나는 소리 제 4 장 형태에 관한 것 제 1 절. 체언과 조사 제 2 절. 어간.. ♧...자료&꺼리 2010.08.01
잘 죽은 나무/마경덕 잘 죽은 나무 마경덕 나무의 소원은 잘 죽는 것 천수를 누리고 고사목이 되느니 잘 죽어 다시 태어나는 것 부활은 모든 나무의 꿈이다. 다발다발 책으로 묶인 뒷산의 산닥나무 고집 센 산딸나무 도마는 온 몸에 칼자국이다 비염을 앓던 오동나무 주유소 오동나무는 소원대로 거문고가 되었다 얼결에 .. ♧...참한詩 2010.08.01
나무의자 외 6편/백우선 나무 의자 외 6편 백우선 한 생을 우뚝 서서 하늘만 우러르다가 수만 잎의 손과 얼굴로 하늘 향해 반짝이며 환호하다가 낮고 낮아져 이제는 또 한 생 몸의 뼈만으로 말의 뼈무늬만으로 더 높은 하늘 사람을 받습니다. 하늘을 낳으며 목숨들 아래 거름을 뿌리는 사람의 둔부를 받습니다. 큰북 천명을 다.. ♧...참한詩 2010.08.01
도반(道伴) / 이성선 도반(道伴) 이성선 벽에 걸어놓은 배낭을 보면 소나무 위에 걸린 구름을 보는 것 같다 배낭을 곁에 두고 살면 삶의 길이 새의 길처럼 가벼워진다 지게 지고 가는 이의 모습이 멀리 노울 진 석양으로 하늘 속에 무거워도 구름을 배경으로 서 있는 혹은 걸어가는 저 삶이 진짜 아름다움인 줄 왜 이렇게 늦.. ♧...참한詩 2010.07.22
蓮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서정주 蓮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서정주 섭섭하게, 그러나 아조 섭섭치는 말고 좀 섭섭한 듯만 하게, 이별이게, 그러나 아주 영 이별은 말고 어디 내생에서라도 다시 만나기로 하는 이별이게, 蓮꽃 만나러 가는 바람 아니라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 엊그제 만나고 가는 바람 아니라 한두 철 전 만나고 가.. ♧...참한詩 2010.07.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