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두리로 본다는 것/박남희 테두리로 본다는 것 박남희 그는 알이 없는 안경을 끼고 세상을 본다 멋을 위한 것일까 무슨 의미가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희뿌연 달무리가 떠오른다 달에게 달무리는 왜 필요할까를 생각해보면 안경 테두리의 효용을 이해할 수 있다 눈과 세상 사이가 너무 황홀해 그 사이에 유리는 빼고 그냥 테두리.. ♧...참한詩 2010.11.08
산사음악회 산사음악회 유가사 시방루十方樓에서 가을 법석을 마련했다 석가모니불 지휘아래 천오백부처님 합창으로 영화 타이타닉 주제가가 서라운드로 울려 퍼진다 시방허공세계 처처 계신 보살성문님 눈뜨느라 허허둥둥 야단이다 미련토록 가부좌 튼 미륵부처님 육중한 몸으로 용화전을 걸어 나오신다 산.. ♧...발표작 2010.11.08
밥값 외 2편/정호승 밥값 외 2편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지요 지금이라도 밥값.. ♧...참한詩 2010.11.07
빈 화분을 보며/유종인 빈 화분을 보며 유종인 꽃 대신 고추 모종을 빈 화분에 심는 노파여 당신의 머리에는 백초(白草)가 성성하여 가벼운 몸분(盆)엔 벌써 저승꽃이 거뭇해라 한 계절을 비워냈기로 관(棺)으로 쓰일 소냐 여우비를 심어볼까 천뢰(天籟)의 시를 옮겨볼까 아니야, 광야를 불러다 숨통 하날 틔워보자 ♧...참한詩 2010.11.06
만행 만행 이석구 늦은 저녁 비 온다 땅콩만 한 빗방울이다 투두둑 운주사 와불 집 밖을 나설 때부터 좀약 냄새가 난다 맨살을 덮을수록 바람에 날릴 것 같은 휘어진 등에 걸쳐 걸어가며 입어야 할 내 생애 옷 한 벌이라 세탁하여 말린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허물일까 아무데나 발 닿아도 문 열고 달을 .. ♧...참한詩 2010.11.05
참 좋은 말/천양희 참 좋은 말 천양희 내 몸에서 가장 강한 것은 혀 한 잎의 혀로 참, 좋은 말을 쓴다 미소를 한 600개나 가지고 싶다는 말 네가 웃는 것으로 세상 끝났으면 좋겠다는 말 오늘 죽을 사람처럼 사랑하라는 말 내 마음에서 가장 강한 것은 슬픔 한 줄기의 슬픔으로 참, 좋은 말의 힘이 된다 바닥이 없다면 하늘.. ♧...참한詩 2010.11.04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천양희 시를 어떻게 쓸 것인가 천양희 시를 쓰지 않으면 살아있는 이유를 찾지 못할 때 시를 쓰라는 릴케의 준엄한 말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왜 시를 쓰는가? 나에게 시는 무엇이며 시를 통해 내가 찾는 것은 무엇인가 생각하게 된다. 시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시인으로 어떻게 살고 있는가 라는 질문과 다르.. ♧...자료&꺼리 2010.11.02
허무의 바다에서 길어 올린 소리 채집가, 강은교 【웹진 시인광장 Webzine Poetsplaza SINCE 2006】2010년 11월호(2010, November) □ 강은교(姜恩喬) 시인 1945년 함경남도 홍원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경기여자고등학교와 연세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국문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68년《사상계》신인문학상에「순례자의 잠」이 당선되어 .. ♧...자료&꺼리 2010.11.02
詩論, 입맞춤 / 이화은 詩論, 입맞춤 이화은 여자는 키스할 때마다 그것이 이 生의 마지막 입맞춤인 듯 눈을 꼭 감고, 애인의 입 속으로 죽음처럼 미끄러져 들어간다는데 남자는 군데군데 눈을 떠 속눈썹의 떨림이며 흘러내린 머리카락이며 풍경의 변화와 춤추는 체온의 곡선까지 꼼꼼히 체크한다고 하니 누가 시인일까 독.. ♧...참한詩 2010.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