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강, 저 정선 아라리/문인수 동강, 저 정선 아라리 문인수 산을 여는 것은 어디나 초록강입니다. 강원도 정선의 산중을 참 여러 굽이 에돌아 흐르는 동강 물머리를 심호흡으로 깊이 끌어들여 지그시 오래 눈 감아 보시지요 사람의 속이 저와 같이 첩첩하여서 그 노래 또한 얼마나 여러 굽이 애돌아 흐르는지요 강 따라 산 따라 사.. ♧...참한詩 2010.11.17
산문(山門)에 기대어/송수권 산문(山門)에 기대어 송수권 누이야 가을 산 그리메에 빠진 눈썹 두어 낱을 지금도 살아서 보는가 정정(淨淨)한 눈물 돌로 눌러 죽이고 그 눈물 끝을 따라가면 즈믄 밤의 강이 일어서던 것을 그 강물 깊이깊이 가라앉은 고뇌의 말씀들 돌로 살아서 반짝여 오던 것을 더러는 물 속에서 튀는 물고기같이 .. ♧...참한詩 2010.11.09
모퉁이/안도현 모퉁이 안도현 모퉁이가 없다면 그리운 게 뭐가 있겠어 비행기 활주로, 고속도로, 그리고 모든 막대기들과 모퉁이 없는 남자들만 있다면 뭐가 그립기나 하겠어 모퉁이가 없다면 계집애들의 고무줄 끊고 숨을 일도 없었겠지 빨간 사과처럼 팔딱이는 심장을 쓸어내릴 일도 없었을 테고 하굣길에 그 계.. ♧...참한詩 2010.11.09
구름과 바람의 길/이성선 구름과 바람의 길 이성선 실수는 삶을 쓸쓸하게 한다. 실패는 생生 전부를 외롭게 한다. 구름은 늘 실수하고 바람은 언제나 실패한다. 나는 구름과 바람의 길을 걷는다. 물 속을 들여다보면 구름은 항상 쓸쓸히 아름답고 바람은 온 밤을 갈대와 울며 지샌다. 누구도 돌아보지 않는 길 구름과 바람의 길.. ♧...참한詩 2010.11.09
징검다리/정호승 징검다리 정호승 물은 흐르는 대로 흐르고 얼음은 녹는 대로 녹는데 나는 사는 대로 살지 못하고 징검다리가 되어 엎드려 있다 오늘도 물은 차고 물살은 빠르다 그대 부디 물속에 빠지지 말고 나를 딛고 일어나 힘차게 건너가라 우리가 푸른 냇가의 징검다리를 이제 몇 번이나 더 건너걸 수 있겠느냐 .. ♧...참한詩 2010.11.09
동안거/김현옥 동안거 김현옥 거둬들인 인연들 키질하고 보니 하아 알곡 몇 안 되더군 쭉정이들 미련 없이 날려버리고 그 알곡으로 가난한 가슴 연명해 왔지만 그나마 곯아 죽지 않을 정도니 인연 농사 영 망친 건 아니더군 사십 몇 년 오래 농사지었어도 아직도 풍년 들려면 한참 멀었더군 묵은 된장처럼 묵은 김치.. ♧...참한詩 2010.11.09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김사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김 사 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 어린 그 처자 발그라니 언 손에 얹혀 나 인생 탕진해버리고 말겠네 오갈 데 없는 그 처자 혼자 잉잉 울 뿐 도망도 못 가지 그 처자 볕에 그을려 행색 초라하지만 가슴과 허벅지는 소젖보다 희리 .. ♧...참한詩 2010.11.08
지 살자고 하는 짓/하종오 지 살자고 하는 짓 하종오 밭고랑에서 삐끗해 금 간 다리뼈 겨우 붙으니 늙은 어머니는 무릎걸음으로 엉금엉금 마당가로 가 참나무 아래서 도토리 주워 껍질 까다가 막내아들이 쉬라고 하면 내뱉었다 놔둬라이, 뼈에 숭숭 드나드는 바람 달래는 거여 장가 못 든 쉰줄 막내아들이 홀로 된 여든줄 어머.. ♧...참한詩 2010.11.08
여름 半 가을 半/박재삼 여름 半 가을 半 박재삼 낮에는 쨍쨍한 불볕을 살에 받지만 아침저녁으로는 찬바람도 더러 느끼는 이 여름 半 가을 半 그러나 그것이 다시 가을날씨 하나로 기울어져 시세가 나다가 가을半 겨울半을 겪다가 ㆍㆍㆍㆍㆍㆍ 하늘의 이 그윽한 움직임에는 사람은 지치는 일 없건만 한 목숨씩 따로따로 열.. ♧...참한詩 2010.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