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열반 들다/송화 하루 열반 들다 송화 긴 산 그림자 마을을 쫓아 내려온다 신기루를 쫓던 까만 눈동자 자박자박 노을 속을 걸어다닌다 저녁 속으로 잠적해버린 주검의 입자들 살포시 어둠이 든다 툭툭 터지는 제비꽃씨처럼 저녁별이 뜨고 동짓달 초닷새 젖니 같은 달 엉금엉금 기어나온다 풍선껌처럼 한.. ♧...참한詩 2010.05.25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외 다수/정희성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에게 어느날 당신과 내가 날과 씨로 만나서 하나의 꿈을 엮을 수만 있다면 우리들의 꿈이 만나 한 폭의 비단이 된다면 나는 기다리리, 추운 길목에서 오랜 침묵과 외로움 끝에 한 슬픔이 다른 슬픔에게 손을 주고 한 그리움이 다른 그리움의 그윽한 눈을 들여다볼 때 어느 겨울.. ♧...참한詩 2010.05.25
강물 외 다수/정호승 강물 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물이다. 사람의 용서도 용서함도 구하지 말고 청춘도 청춘의 돌무덤도 돌아보지 말고 그대로 두어라 흐르는 것이 길이다. 흐느끼는 푸른 댓잎 하나 날카로운 붉은 난초잎 하나 강의 중심을 향해 흘러가면 그뿐 그동안 강물을 가로막고 있었던 것은 강물이 아니었다 절.. ♧...참한詩 2010.05.25
가을 사랑 외 다수/도종환 가을사랑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읍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 ♧...참한詩 2010.05.25
서시 외 다수/나희덕 序 時 단 한 사람의 가슴도 제대로 지피지 못했으면서 무성한 연기만 내고 있는 내 마음의 군불이여 꺼지려면 아직 멀었느냐 바람은 왜 등뒤에서 불어오는가 바람을 향해 고개를 돌리는 순간 눈이 멀 것만 같아 몸을 더 낮게 웅크리고 엎드려 있었다. 떠내려가기 직전의 나무 뿌리처럼 모래 한 알을 붙.. ♧...참한詩 2010.05.25
신종 人플루 신종 人플루 행여, 누군가에 의해 몰래 복제된 신종 인간의 소행이면 어쩌나 몇 달 전 지구촌 한 모퉁이 슬몃 찾아온 불청객 어느새 가는 곳마다 북새통이다 종족 번식력이 강한 바이러스 족이라는 소문만 무성할 뿐 그 얼굴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 게다가 이름과 주소조차 모르니 되돌려 보낼 곳도 .. ♧...발표작 2010.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