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뚝 消除夫/오탁번 굴뚝 消除夫 수은주의 키가 만년필 촉만큼 작아진 오전 여덟시 씽그의 드라마를 읽으려고 가다가 그를 만났다. 나는 目禮를 했다. 그는 녹슨 북을 두드리며 지나갔다. 나는 걸어가는 게 아니라 자꾸 내 앞을 가로막는 서울의 祭基洞의 겨울 안개를 헤집으며 나아갔다. 개천의 시멘트 다리.. ♧...참한詩 2017.12.30
밥냄새1/오탁번 밥냄새1 오탁번 하루 걸러 어머니는 나를 업고 이웃 진외가 집으로 갔다 지나가다 그냥 들른 것처럼 어머니는 금세 도로 나오려고 했다 대문을 들어설 때부터 풍겨오는 맛있는 밥냄새를 맡고 내가 어머니의 등에서 울며 보채면 장지문을 열고 진외당숙모가 말했다 -언놈이 밥 먹이고 가.. ♧...참한詩 2017.12.28
시집보내다/오탁번 시집보내다 오탁번 새 시집을 내고 나면 시집 발송하기가 여간 힘든 게 아니다 속 표지에 아무개 님 청람(淸覽), 혜존(惠存), 혜감(惠鑑), 소납(笑納) 반듯하게 쓰고 서명을 한다 주소와 우편번호 일일이 찾아 쓰고 튼튼하게 테이프로 봉해서 길 건너 우체국까지 내 영혼을 안고 간다 시집 .. ♧...참한詩 2017.12.28
卽/강현국 卽 강현국 소금쟁이는 色卽是空이고 소금쟁이 그림자는 空卽是色이다 공은 공으로 팽팽하고 색은 색으로 처연하다 卽으로부터 그렇게 들었다 卽, 문장과 문장 사이에 끼어 있는 바스락거리지 않는 구만리장천, 卽 卽으로부터 그렇게 들었다 나는 너의 색이고 너는 나의 공이다 소금쟁이.. ♧...참한詩 2017.12.23
11월이 걸어서/이기철 11월이 걸어서 이기철 두 나무가 나란히 걸어오는 11월에게 10월을 데리고 오라고 말할 순 없으리 마지막 홑옷까지 다 벗은 30일에게 20일에 입었던 옷을 입고오라고 말하진 못하리 이미 깃털이 두꺼워진 재두루미에게 날개를 가볍게 하라고 말하진 못하리 호수는 이미 명경이 되었고 돌을 .. ♧...참한詩 2017.12.21
눈이라도 감고 죽게/이종문-2016중앙시조대상 수상작 눈이라도 감고 죽게 이종문 나는 작은 멸치, 너는 참 잘난 사람 너여! 나의 몸을 낱낱이 다 해체하라 머리를 뚝 떼어내고 배를 갈라 똥을 빼고 된장국 화탕지옥에 내 기꺼이 뛰어들어 너의 입에 들어가서 피와 살이 되어주마 그 대신 잘난 사람아 부탁하나 들어다오 두 눈을 시퍼렇게 뜨고.. ♧...신춘문예,수상작 2017.12.01
[스크랩] 김 욱 진 작: 생전 듣도 보도 못한 / 낭송가 이 지 희 출처 : 한국낭송문학회 since 2005글쓴이 : 松鶴 金 時 宗 원글보기메모 : ♧...낭송시 영상시 2017.11.29
새벽 첫차르 탔다 새벽 첫차를 탔다 500원 얻기위해.. 할머니는 새벽 첫차를 탔다 경기 구리시에 사는 김모(72) 할머니는 매주 목요일마다 첫차(ITX)를 타고 서울 강남에 온다. 서울 서초·반포·신사동 일대 교회 5~6곳은 예배가 없는 매주 목요일 '무료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김 할머니는 "오전 9시에 다른 .. ♧...자료&꺼리 2017.11.27
나는 누구인가/한상권 나는 누구인가 한상권 나는 자유롭다고 말하지만 한순간도 자유롭지 못했음을 복기한다. 너는 내 목소리에 순정이 있다 말하지만 다른 이가 닦아놓은 길을 걷고 있을 뿐, 이 옷이 정말 내게 잘 어울리는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기보다 다른 이의 낯선 시선만 너무 쉽게 단정할 뿐이다. 한 .. ♧...참한詩 2017.11.07
낙관/한상권 낙관 한상권 주산지에서 풍경화를 그리다가 왕버들나무처럼 온몸이 젖어 있다가 야송미술관 옆 넓은 밥집 마당으로 옮겼다. 송소고택의 헛담에 대해 이야기하며 잠시 단풍과 단풍 사이를 붉게 거닐었다. 그리고 가을이 깊어진 창가에 앉아 점심을 먹는 것인데 갑자기 작은 새 한 마리가 .. ♧...참한詩 2017.11.07